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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글뇌 기반 영어 학습, 이젠 필수다.


  • [뇌기반 학습,이젠 필수다]
    “한국인, 읽기 뇌만 있고 듣기 뇌는 없다”


    ▲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남기춘 교수는 “잘못된 영어교육으로 사교육비 지출이 막대하다”며 “뇌과학에 기반한 영어교습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어를 아주 잘하는 사람과 노력해야 잘하는 사람의 뇌는 다릅니다.

    한국인이 영어를 할 때와 외국인이 영어를 할 때의 뇌도 다릅니다. 뇌의 활성 부위가 다르기 때문이죠.”


    지난 11월 8일 고려대학교에서 만난 남기춘 교수(51•심리학과)의 ‘한국인의 영어 뇌’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그는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뇌가 변한다”고 했다.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에 관여하는 각각의 뇌 영역이 따로 있고, 이 중 한 분야를 강화하는 교육을 받으면 해당 부위의 뇌가 활성화된다는 얘기다.


    듣기 뇌 만들기 프로젝트 시작


    그는 5개월 전 재미있는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 주제는 ‘외국어 규칙성을 학습하는 뇌’로, 일명 ‘듣기 뇌 만들기 프로젝트’다. 영어교습법을 대대적으로 바꿔서 ‘파닉스 위주의 교육’(영어 철자와 소리 간의 규칙성 학습)을 받은 한국인의 뇌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추적 경로를 밝히는 연구다. 3년 동안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로 교육부에서 3억원을 지원받았다.


    “대학생 100명 정도를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1차연도에는 영어 규칙성을 아는 숙련자와 비숙련자 간의 영어 규칙성 처리과정을 규명하고, 2차연도에는 비숙련자들에게 영어 규칙성을 세 달간 학습시킨 후 대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밝힙니다. 마지막 3차연도에는 1차와 2차의 연구 결과를 종합할 예정입니다.”


    한국인은 읽기 뇌만 있고, 듣기 뇌가 없다?

    연구의 전제는 ‘한국인은 읽기 뇌만 있고, 듣기 뇌가 없다’이다.

    그간 읽기 위주의 영어교육 때문에 한국인은 영어를 할 때 읽기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방추상회(fusiform gyrus•후두엽과 측두엽에 걸쳐 있으며, 얼굴 기억 등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영역)는 유독 활성화돼 있지만, 듣기 정보를 처리하는 영역, 말하기 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은 그다지 활성화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영어권 외국인은 세 가지의 영역이 골고루 활성화돼 있다는 것이 남기춘 교수의 설명이다.


    남기춘 교수가 이 연구를 통해 제시하려는 것은 ‘외국어 규칙성을 학습하는 뇌’의 메커니즘 규명이다.

    이 연구는 뇌과학에 기반한 영어학습법을 개발하는 데 새로운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언어심리와 인지신경과학 뇌 연구는 융합연구가 필수”라며 말을 이었다.


    “2005년 과학잡지 ‘사이언스’에서 향후 25년간 다루어야 할 125개 과학적 연구 주제를 발표했다.

    언어 학습도 포함돼 있었는데, 이때의 언어 학습은 학습의 생물학적 기초를 밝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언어 학습은 주로 교육학적 측면에서만 이루어져 왔다.”


    왜 영어공부를 어려워할까?


    그가 ‘한국인의 영어 뇌’에 매달리기 시작한 건 1998년부터다.

    미국 텍사스주립대학에서 언어심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98년 국내에 뇌연구 촉진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뇌 연구에 뛰어들었다. 동기인 최일호 전 명지대 교수가 “외국에서 배워온 언어심리방법론을 적용해 한국인이 왜 영어 공부를 어려워하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학자로서의 임무다”라며 부추긴 것이 계기가 됐다. 지금이야 국내에 심리학과 뇌과학의 융합 연구가 흔하지만 이때만 해도 전무하다시피했다. 남기춘 교수는 fMRI(자기공명영상)를 심리학에 적용해 ‘심리학자가 말하는 뇌과학’의 토대를 닦았다는 평을 듣는다.


    이중언어 선택에 관여하는 두뇌 연구


    최근 5년간 ‘영어의 강세 음절과 한국어 화자의 단어 분절’, ‘한국어 모국어 화자에서의 중의적 영어복문의 이해과정’ 등 30여편의 연구논문을 썼다. 그는 최근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인지심리학계가 주목할 만한 연구논문을 제출했다.


    남 교수는 “‘외국어를 선택하는 뇌’를 밝혀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중언어 선택 시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따로 있다는 것을 밝힌 연구다. 한국어로 말하다가 영어로 바꾸거나, 영어로 말하다가 한국어로 바꾸는 순간에 대뇌의 기저핵 중 미상핵(caudate nucleus)이 활성화된다.” 다시 말해 미상핵이 언어를 바꿀 때 컨트롤하는 뇌 부위라는 주장이다.


    이 연구는 고려대생 84명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영어 능통자와 보통 수준 학생의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됐다. 이 결과는 뇌 사진 기반의 영어 능력 평가도구를 만드는 데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남기춘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일반 인지 통제 뇌에서 이중언어를 통제하는지, 아니면 이중언어 통제 뇌가 따로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였다. 그 결과 이중언어 선택 시 유독 미상핵 부위가 활발한 것을 확인했다. 영어 능통자일수록 미상핵 부위가 더 크고 활발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상핵의 크기와 활성화 정도를 보고 영어 능숙도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뇌만 보고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는 얘기다.


    남 교수는 “언어를 이해할 때 관여하는 뇌에 대한 연구는 제법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과 대화를 할 때나 통역할 때의 상황처럼 이중언어 선택에 관여하는 뇌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인지과학 분야 최고 권위의 잡지 ‘코그니션(cognition)’에 제출, 심사 중이다.


    한국의 영어열풍, 잘못된 영어교육으로 사교육비 지출이 막대.


    그는 11월 23일부터 약 3개월에 걸쳐 ‘한국인의 영어 뇌’를 주제로 전국 순회 강연을 한다. 23일 강연의 주제는 ‘영어를 학습하는 뇌’였다. 고려대학교 컴퓨터교육과 임희석 교수, ‘보카비전’ 저자이자 남 교수의 제자인 이홍재 박사가 공동 강연자로 나선다. 강연의 대상은 학생이 아니라 영어 콘텐츠 개발회사나 교습법 연구자 등 전문가들이다.

    남기춘 교수는 “잘못된 영어교육으로 사교육비 지출이 막대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국의 영어 열풍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2년 한국의 영어 관련 사교육비는 약 19조원. 같은 해 영어학원 수는 약 1만7000개로 최근 5년간 20%대의 놀라운 성장률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영어 실력은 별 진전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세계 최대의 영어교육업체인 스웨덴의 EF에듀케이션퍼스트(이하 EF)에서 세계 60개국을 대상으로 실용영어 실력을 위주로 영어능력지수를 평가했다.


    이 지수에서 한국인의 영어 성적은 24위였다. 일본보다는 두 단계 높지만 체코나 아르헨티나보다 낮았다. 1위는 스웨덴, 2위는 노르웨이, 3위는 네덜란드로 북유럽 국가가 휩쓸었다. 이 업체는 한국을 최근 6년간 영어 실력이 정체된 국가로 지목했다. 반면 터키와 헝가리,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은 경제 성장과 함께 영어 실력이 빠르게 성장한 국가로 평가했다.


    EF는 한국인이 취학 전부터 대학과정을 마칠 때까지 1인당 평균 2만시간을 영어공부에 쏟는다고 밝혔다.

    미국의 자기계발 전문가 말콤 글래드웰은 베스트셀러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한 분야 천재가 되기 위해서 해당 분야에 1만시간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이론대로라면 한국인은 영어천재가 돼야 맞다. 하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쉽게 말해 죽어라 영어공부를 해도 잘 못하고, 잘 늘지도 않는다.



    왜 영어를 잘 못하는 걸까.


    한국인은 왜 영어를 잘 못할까. 선천적 원인일까, 아니면 후천적 교습법의 문제일까? 남기춘 교수는 “선천적 이유는 없다. 모든 인간은 문화권에 관계없이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동등하게 타고난다”며 “생후 3개월 된 아이와 성인의 언어 처리 뇌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이 영어를 못하는 이유에 대해 “복잡하다”는 말로 운을 뗐다. 똑 부러지는 한 가지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와 영어의 언어학적 차이, 습득 시기의 문제, 영어교습법이 총체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컴퓨터에 저장된 뇌 실험 영상을 수시로 보여주며 설명했다. 뇌 영상과 뇌 관련 전문용어로 채워진 논문들은 암호문 같았다.



    그가 말하는 ‘한국인은 왜 영어에 취약한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습득 시기의 문제

    늦게 배우면 모국어 문법에 맞게 세팅된 뇌를 바꾸기 어렵다. 7세 이전에 배워야 모국어 방해효과가 적다.


    △언어학적 문제

    영어는 강세 단위로 인식하지만, 한국어는 음절 단위로 인식한다.


    △교습법의 문제

    듣기가 아니라 읽기 위주의 교육 때문에 영어로 된 문자를 소리로 바꾸는 지식이 부족하다.



    하나씩 살펴보자.

    습득 시기와 관련, 남 교수는 “외국어를 배우는 시기가 늦춰질수록 어렵다”고 말했다. 늦게 배우면 뇌가 모국어에 맞도록 구조화되기 때문에 다른 구조의 언어를 받아들이기가 점점 더 어렵다는 것.


    나머지 ‘언어학적 문제’와 ‘교습법 문제’ 역시 뇌가 모국어에 맞게 구조화돼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그는 이 두 문제를 ‘모국어 방해 효과’라고 설명했다.



    영어교육을 시작하는 최적의 시기는?


    그렇다면 영어 교육을 시작하는 최적의 시기는 언제일까. 그는 미국 연구자의 실험을 소개했다.


    “뉴포트라는 연구자가 한국 동포의 자녀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있다.

    미국에 온 시기를 기준으로 3세 이전, 3~7세, 7세 이후에 온 아이의 그룹으로 나눠 연구했다.


    그 결과 앞의 두 그룹은 영어를 배우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7세 이후에 온 아이들은 급격하게 어려움을 겪었다.


    “7세 이전에 영어공부를 시작해야 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또한 그는 “아기는 6개월부터 사람이 내는 거의 모든 소리를 알아듣고,10~12개월부터는 모국어를 선별해 알아듣기 시작한다.”며 “연구 결과만 놓고 보면 두 언어를 동시에 배우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조기 영어 교육을 부추기는 연구 결과가 아닌가?”라고 묻자 “그럴 수 있다”며 말을 이었다. “나 역시 교육자로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뇌를 이용한 이중언어 습득 효과 연구 중에는 그런(외국어는 일찍 배울수록 좋다) 논리를 뒷받침하는 결과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어에는 듣기와 읽기, 쓰기와 말하기 등 다양한 영역이 있는데, 듣기의 경우에 특히 그렇다는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강세단위로 인식하는 언어, 영어. 하지만 한국인은 음절단위로 끊어서 듣는다.


    다음은 언어학적 문제다.

    한국어와 영어는 언어학적으로 거리가 멀다. 언어 구조와 어원이 판이한데, 영어를 한국어처럼 처리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한국어는 음절 단위로 인식하는 언어지만, 영어는 강세 단위로 인식하는 언어다. 하지만 한국인은 영어를 들을 때에도 음절 단위로 끊어서 듣는다”며 영어에 능통한 한국인과 영어권 외국인 1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를 설명했다. “수십 개의 영단어를 들려준 후 자신이 아는 단어가 나오면 ‘yes’를 외치라고 했다.


    ‘mezbody’ ‘mezabsent’에 들어있는 ‘body’와 ‘absent’를 찾아내는 실험이었다. 실험 결과 한국인은 ‘body’는 쉽게 찾아냈으나 ‘absent’는 잘 찾지 못했다. ‘mezbody’는 음절의 경계가 분명하지만 ‘mezabsent’는 음절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한국어처럼 음절 단위로 끊어 듣는 습관 때문에 ‘메즈앱슨트’와 ‘메자슨트’ 사이에서 갈등한 것이다.

    반면 외국인은 둘 다 잘 찾아냈다.


    같은 유럽이라도 해도 어족(語族)에 따라 영어 실력이 다르다.

    영어와 같은 게르만어 계통인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가 이번 영어능력지수에서 1~3위를 휩쓸고 라틴어 계통인 프랑스(35위), 이탈리아(32위) 등은 영어를 잘 못했다.

    남 교수는 “프랑스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도 한국어처럼 음절이나 음절 단위와 비슷한 언어로 인식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영어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읽기 위주의 교육, 영어문자를 소리로 바꾸는 지식이 중요하다.


    셋째, 교습법의 문제다. 한국인은 읽기 위주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영어 문자를 소리로 바꾸는 지식이 없다는 게 남 교수의 얘기다. 그는 이를 증명할 다양한 뇌 실험을 했는데, 대표적인 실험 하나만 소개한다.



    “외국인과 고려대생을 대상으로 ‘one’과 ‘desk’를 처리하는 시간을 알아봤다. desk는 문자와 소리 간 규칙성을 띤 단어지만, one은 아니다. desk는 ‘데스크’로만 발음하지만 one은 ‘오네’나 ‘원’으로 발음할 수 있다. 실험 결과 외국인들은 desk를 더 빨리 처리했지만, 고려대생은 두 단어 처리 시간의 차이가 없었다. 한국인들은 영어 문자와 소리 간의 규칙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뇌 과학을 기반한 맞춤형 영어교육이 필요하다.


    남기춘 교수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뇌과학에 기반한 맞춤형 영어 교육’이다.


    한 아이의 뇌 사진을 보고 듣기가 취약한지 어휘력이 부족한지 등을 파악한 후 이를 기반으로 맞춤 학습법을 제시하면 효율적인 영어공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뇌 기반 평가도구를 만드는 것이 목표 중 하나다. 축적된 연구를 기반으로 만들어보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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